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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광장, 수술이 필요하다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5월 11일 금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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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새로운 형식의 공간으로 등장한 인터넷 광장은 본래의 광장이 그렇듯이 계급이나 위계, 우열 없이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한 곳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광장은 그곳에 모인 구성원들은 모두 평등한 관계라는 점을 전제로 성립하고 존재한다.

 적어도 이곳의 군중들은 예속이나 억압에서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넷 광장 이면에는 호도된 국민 여론과 조작된 민심이 자리한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여기에 저속하고 악의적인 댓글이 익명의 가면을 쓰고 포털 광장을 배회한다.

 전체 댓글의 80%를 차지하는 악플은 턱없이 많은 숫자 자체보다도 실제 이상으로 부정적인 메시지가 확대 재생산되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인간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다. 좋거나 긍정적인 소문이나 소식보다 나쁘거나 부정적인 사건 사고에 더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러한 정보에 대한 우선적인 인식이 자신의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악플 비율이 각각 20%와 10%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악플의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우리의 인터넷 광장은 익명으로 위장한 누리꾼들에 의해 이미 타락의 길로 들어 섰다. 광장의 집단성과 가학성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켜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프라이버시를 훼손한다.

 오로지 자신의 이념이나 입장에 우선해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각종 음해와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한 인터넷 광장의 역기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넷 광장은 오프라인 광장에 비해서 더 개방적이고 상호 대면적이다. 이런 관계로 대중들은 여기에서 확인되는 댓글의 내용과 찬성, 반대의 빈도, 조회수를 토대로 특정 사안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파악한다. 또한 광장의 참여자가 되어 자신의 입장을 댓글이나 찬성, 반대로 드러내고 이것을 대단한 쌍방향 교신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 입장이 직접적이고 쌍방적인 교신의 결과에 따른 자신의 자발적 선택과 자의적인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들 참여자들은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진 소수의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집단으로부터 반복적으로 교묘하게 세뇌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리 치밀하게 짜 놓은 논리에 일방적으로 밀려 특정한 입장을 주입받은 것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뇌와 주입보다 더 치졸하고 악의적인 행위는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하는 것이다. 지난 정권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나 이번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역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체제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댓글이 여론을 형성하는 사회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 극소수의 가짜 의견이 거대한 여론인 것처럼 꾸며진 사회에 정의와 공정성이 유지되고 작동되기는 어렵다.

 댓글을 가장한 가짜 정보의 생산과 확산은 열린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민주 사회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악성 댓글 이상으로 댓글 조작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댓글은 치명적인 독성을 간과한 채 화려한 모습에 속기 쉬운 열린 광장의 독버섯이다. 이제 이 겉과 속이 전혀 다른 흉기에 대한 법과 정부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악성 댓글과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있는 우선적인 방법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악플이 기승을 부리는 데에는 2012년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 결정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댓글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도 그 폐해에 비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아니면 포털의 댓글을 없애는 것이다. 댓글은 더 이상 유용한 정보 공유 수단이 아니며 여론과 민심의 좌표도 아니다. 그 결과 CNN·블룸버그 등 유력 매체들이 댓글란을 잇달아 없애는 것처럼 댓글 폐지는 이제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 경찰과 검찰의 행태로 보아 드루킹 게이트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남의 잘못은 쭉정이처럼 날리지만 자신의 허물은 도박꾼의 눈속임처럼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법구경」의 구절을 곱씹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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