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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망천 유감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6월 28일 목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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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인천 중구와 남구는 망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물론 이런 막말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인천에서도 승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동물처럼 인간에게도 입은 먹고 살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도구지만 인간의 입은 먹는 기능보다 말을 하는데 더 적합하게 구조화돼 있다. 인간의 입은 1차적으로 음식을 먹기보다 말을 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마구 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은 아니다. 아무리 전임 시장의 고충을 알리고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 한 실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발언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이 특정 지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실수인 것과 그래서 그 말의 내용이 사실 무근인 것과는 별개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 대에 걸쳐 인천에서 살고 있고 50여 년 이상을 중구와 남구를 오가며 살아온 나에게는 이 말이 모욕감에 앞서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다가 왔다. 망천이라는 말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 아니라 외부 시선이 바라보는, 스스로 자인하지 못했던 인천의 민낯이다. 인천 폄하 발언을 표로 심판하겠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중구 투표율은 인천 10개 군·구 중 7위를, 남구 투표율은 꼴찌를 기록했다.

 물론 인천의 낮은 투표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만 보인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최근 10여 년간 인천 투표율은 총선을 비롯해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9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빈번하게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인천의 낮은 투표율이 인구 통계학적 특성상 인천 토박이 비율이 낮고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천은 거주 지역에 대한 연대감과 소속감이 약하고 지역 정체성도 불분명한 도시다. 그런 탓에 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다른 시·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특히 남구와 중구는 그 정도가 한층 더 심각한 곳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부망천’ 사태가 오히려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켜 사전투표 때보다 투표율을 더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현상의 원인 이면에는 정치에 대한 혐오와 실망보다 전국적으로도 열악한 곳으로 손꼽히는 자기 지역에 대한 유권자들의 외면과 무관심이 근본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당장은 아니라도 앞으로 ‘망천’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뿐만 아니라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기야 ‘착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남구’라는 문구를 슬로건이라고 걸어놓은 곳에 지역 주민들이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을 성싶다. 이 정도 인식 수준으로 남구의 열악함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남구는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살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잘 살지 못해서 이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이지 의문이다. 막말한 사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상처난 명예에 일시적 위로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자존심만으로 해당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는 없다.

 따라서 인천을 생존의 수단이나 일시적 거주 공간이 아닌 삶의 보람과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 문화 발전에 대한 창의적이고 세련된 안목이 필요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도심에 대한 새로 당선된 시정, 구정 책임자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역의 애향심은 토박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떤 사정에서건 이주해온 외지인들이 거주지역에 마음을 붙이고 살 수 있도록 해당 자치구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듭되고 있는 정체와 퇴보를 막기 위해서는 인천 문화의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60~70년대 숭의로터리와 장안사거리, 신흥동사거리 인근 지역은 공설 운동장을 포함해 4개의 대형극장이 포진해 있던 번화한 거리였다. 이곳을 마치 전도관이 자신도 같은 처지이면서 안쓰럽게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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