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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맛 살리고 거래처와 상생… ‘전국구 막걸리’로 도약

전통막걸리 제조 ‘지평주조’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2019년 06월 20일 목요일 제14면

수년간 침체를 겪었던 막걸리 시장이 지난해부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6년까지 소매점 기준 막걸리 매출은 3천억 원대에 정체됐으나 2017년 3천560억 원, 지난해 3분기까지 3천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천675억 원 대비 15.4%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활기를 되찾고 있는 업계 분위기와 달리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막걸리업체가 있다. 바로 양평지역에 기반한 전통 막걸리 제조업체 ‘지평주조’다.

 지평주조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대 사장은 설립자인 고(故) 이종환 씨인데, 1960년대에 고 김교십 씨가 양조장을 인수하고 2대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그의 아들인 김동교 전 대표가 3대 사장으로 가업을 이었고, 2010년엔 김동교 전 대표의 아들인 김기환 현 대표가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4대 사장으로 취임해 지평막걸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 지평주조 춘천 제2공장 전경.
# 맛의 균질화에 집중… ‘생산 표준화’가 핵심

 지평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쌀 입국’이 아닌 직접 만든 ‘밀 입국’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쌀막걸리 허용 이후 대부분의 막걸리업체들이 쌀로 만든 누룩을 쓰는 것과 달리 밀 누룩을 쓰는 것은 전통적인 주조법을 고수하려는 김기환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밀 입국은 밀 자체에 단백질 함량이 높아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지평주조는 김기환 대표가 취임할 당시 연매출 2억 원을 기록하던 소규모 양조장이었다. 지역 내에서는 뛰어난 맛을 인정받았지만 손맛과 감에 의지하며 빚어서는 온도나 환경에 민감한 막걸리 특성상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김 대표는 균일한 맛을 내는 것이 곧 최상의 품질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판단 아래 밤낮으로 공정을 살피고 모든 데이터를 기록하며 생산 과정의 시스템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가 5도일 때 가장 지평다운 맛이 난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지평주조는 2015년 지평생쌀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6도에서 5도로 낮추는 혁신을 꾀하며 국내 막걸리업계의 저도주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평생쌀막걸리의 좀 더 순해진 맛은 부드러운 저도주를 선호하는 여성과 젊은 고객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알코올 도수를 낮춘 해당 연도에 45억 원이라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손으로 빚는 수제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에 막걸리 맛의 편차를 없애고 품질을 최우선시하며 생산 과정을 표준화해 관리할 수 있도록 인력과 설비투자를 확대, 현대식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지평주조는 춘천에 제2공장을 준공하게 된다. 지평주조만의 주조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최첨단 자동화설비와 고도화된 품질관리 설비로 생산하며 품질과 위생은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품질을 최우선시하고 생산표준화해 관리한 것이 지평주조가 고속성장한 비결이란 설명이다.

▲ 지평생막걸리 제품 생산 모습.
# 불과 2년 만에 전국적 유통 기반 확보… 거래처와의 ‘상생’이 성장 동력

 지평주조는 국내 막걸리업계 저도주 시대를 열며 2010년 연간 매출 2억 원 규모에서 제품을 리뉴얼한 2015년에는 45억 원을 기록한 것에 이어 2016년 62억 원, 2017년 110억 원, 2018년 166억 원 등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대표 제품 ‘지평생쌀막걸리’의 전국 영업망 구축을 완료하며 양평지역 막걸리에서 전국구 막걸리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지평주조 측에 따르면 지평생쌀막걸리가 양평지역 중심으로 판매되던 시기에는 타 지역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일이 꾸준히 발생하자 김 대표는 판매지역을 확대했을 때 충분히 승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양평과 가까운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대형 마트에도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지평주조는 대형 마트 입점 초기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 매장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는 지방까지 수요가 증가하게 된 계기가 됐으며, 2017년 강원 전 지역 공급을 시작으로 올해 초 경북·전남·제주까지 영업망을 확대하며 불과 2년 만에 전국구 막걸리로 발돋움하게 됐다.

 지평막걸리가 단기간 내 전국구 막걸리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거래처와의 상생 전략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지평주조는 영업과 대리점 체계에 있어서 본사와 대리점이 윈윈(win-win)하는 상생형 모델을 구축해 왔다. 본사가 대리점에 판매량을 할당하는 방식이 아닌 본사 차원의 방향성은 공유하지만 각 대리점별 목표는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운영한다. 동기부여를 위해 대리점과 업주가 함께 판매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가격을 설계하기도 했다.

 이처럼 본사와 대리점의 동등한 구조를 갖추고 나니 대리점에서 직접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가 났다. 지평주조 측은 최근 2년간 전국 영업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리점주들의 자발적인 소개와 추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 지평 ‘최초의 맛’ 재현한 신제품 출시… 지평주조만의 ‘오리지널리티’ 강화 

 최근에는 지평주조의 첫 제조공법을 살린 막걸리 신제품 ‘지평 일구이오’를 출시하기도 했다. 신제품은 1925년부터 막걸리를 빚어 온 지평주조의 오리지널 레시피로 재탄생한 제품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지평막걸리만의 깊은 맛과 향을 되살린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 또한 지평주조가 전통 방식을 따라 누룩 제조 과정에 사용했던 ‘오동나무 상자’를 형상화했다.

 ‘지평 일구이오’는 1925년 설립 당시 지평막걸리 고유의 묵직한 맛과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은은하고 단향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 7도이며, 지평막걸리만의 부드러운 풍미를 그대로 살려내 기존 제품보다 높아진 도수에도 깔끔한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
 지평주조 측은 합성감미료를 배제하고 옛날 레시피를 복원해 사용함으로써 지평막걸리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고유성)’를 최대한 담아내면서도 누구나 선호하는 대중적인 맛을 추구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는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평주조만의 고유성을 지켜 나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도 지평막걸리가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하게 성장해 온 이유"라고 말했다.

# 막걸리업계 ‘기네스’ 꿈꿔… 지역사회와 상생발전 도모하며 지속가능경영 추구

 지평주조는 지난 5월 양평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6개월간 양평지역 내에서 판매된 지평생쌀막걸리 1병당 10원씩 기부금액을 적립,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게 됐다. 기부금액은 양평군이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 기부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지평주조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세계적인 맥주회사 ‘기네스’를 롤모델 삼아 막걸리업계의 기네스가 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평햅쌀 선물, 장학금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양평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기네스는 ‘착한 맥주’로 불리며 아일랜드 더블린 지역의 고용은 물론 회사 수익금으로 병원과 학교를 짓는 등 지역사회 공헌으로 유명하다.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는 "1925년에 지어진 옛 양조장 건물이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94호로 지정될 만큼 양평에 뿌리를 내리며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양평지역의 대표 기업,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지평주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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