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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하운

한택수 인천문인협회 회원/시인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6월 25일 화요일 제10면

한택수 시인.jpg
▲ 한택수 인천문인협회 회원
한센병(病)은 감염성 질환이며, 예전엔 나병(癩病) 또는 문둥병으로 불렸고 천형(天刑) 병으로 여겼다.

 그 시절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이었으나 그땐 그렇게 앓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다행히 지금은 완치가 가능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고 환자도 보이지 않는다.

 시인 한하운(韓何雲 1920~1975), 함경남도 갑부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17세 때 한센병 확정 진단을 받고 삶이 급전직하 추락, 깡통을 들고 문전걸식하는 문둥이가 되고 말았다.

 지나가 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옛날에 서서/ 우러러보던 하늘은/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 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잠깐이라도 이 낯선 집/ 추녀 밑에 서서 우는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삶> 전문

 한하운의 시는 그 모진 삶의 증언이며 몸부림이다.

 1950년 이후 부평에 정착해 인천과 인연을 맺었고 활발한 시 창작과 함께 국립부평성계원 자치회장, 신명보육원 원장 등 한센병 환자 복지에 힘썼다. 해방 후 그는 원산에서 동두천까지 한 달 동안 천 리 길을 걸어서 월남했다.

 "불빛이 보이는 집을 향하여 미친 사람처럼 그대로 걷는다. 아, 원산에서부터 38선을 넘어 남한 땅을 한 달 남짓 죽음과 싸우며 탈출했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나의 자유를 찾아 끝까지 굳세게 싸워 목적을 달성했다는 기쁨밖에는 아무 생각도 없다."

 "밭에서 일하는 젊은 농부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농부가 경기도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씨로 동두천 땅이라고 한다. 그에게 음식점을 물었더니 그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주막집을 가리킨다."

-<고고한 생명-나의 슬픈 반생기>에서

 또 후기(後記)에서 "이 책은 병과 시혼의 방황 속에 애달프고 서글픈 생존과 자유를 찾는 고고(孤孤)한 생명의 서(書)이다. 앞으로도 자유를 찾은 나의 기록을 또 발표하겠다. 이 ‘고고한 생명’은 나의 인생 기록의 상권(上卷)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서 우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신 뒤/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돌아가실 때/ 날 두고 가는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신/ 말이 없는 어머니.

 -<어머니> 전문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의 가정이란 빛이 없다. 어두움에 잠긴 폐허와도 같다. 한 번이라도 자식 된 도리를 못 해본 불효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애상(哀傷)이 이 시가 되고, 어머니의 영혼을 붙잡고 호곡하며 요람의 느낌에 흐느껴 우는 것이다. 나로서는 우는 것밖에 할 일이 없지 않은가. 어머니는 영영 땅속에 묻혀 말할 길도 없다. 그리고 이북 땅이라 성묘할 길도 막혔다 지금 어머니께서 다시 살아나신다면 나는 어느 하늘 아래라도 찾아갈 것이다."

 김신정 교수(인천대)는 "자신의 고통을 객관화함으로써 해방과 전후(戰後) 사회의 시대적 고통을 환기한다"며 "그의 시는 인간다움을 찾는 근원적 질문"이라고 말했다. 생전에 「보리피리」 등의 시집과 「황토길-자작시 해설」, 「고고한 생명-나의 슬픈 반생기」 등을 남겼다.

 인천문화재단은 이와 같이 살다 간 고인을 기려 2010년 「한하운전집(문학과지성사)」을 간행했다. 내년 2020년은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45주기가 된다.

 ▶필자 ; 1985년 심상(心象)으로 등단/시집-「폭우와 어둠 저 너머 시」 , 「그리고 나는 갈색의 시를 썼다」, 「괴로움 뒤에 오는 기쁨」, 「숯내에서 쓴 여름날의 편지」,  「길고  먼 무지개」, 동시집 「머리가 해만큼 커졌어요」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뉴시스 제주취재본부 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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