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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사·학생백화점… 위기 속에서 ‘활로 찾기’ 매진한 60년

중구 ‘대동학생백화점’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2019년 07월 12일 금요일 제15면

좁게는 동인천 일대, 넓게는 인천지역에서 ‘대동집 아들’로 불리는 이가 있다. 인천시 중구 인현동 대동(大東)학생백화점 2대 경영주인 전승호(55)사장이다.

 어린 시절 그는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아버지 가게인 문방구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1960년대 당시 귀했던 연필 한 자루를 그들의 손에 쥐어 줄 수 있었다.

 1993년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굴지의 대기업 반도체연구원으로 재직하던 그는 가업을 물려받았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전영태(82)1대 사장과 함께 작은 문방구를 관공서와 학교, 기업체 납품 전문 문구업체로 길러냈다. 그 공은 모두 아버지에게 돌렸다.

 동인천 일대가 쇠락하고 온라인 문구시장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 인천시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대동학생백화점 전경.
# 대동학생백화점의 전신 대동문구사

 대동학생백화점은 1959년 인현동 17-1 현 위치에서 33㎡짜리 대동문구사로 간판을 걸고 문을 열었다.

 전영태 1대 사장은 충청남도 서산 출신으로 한국전쟁이 끝나고 생계를 위해 인천행 배를 탔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교통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탓에 장거리 이동에는 육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배를 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렇게 상경한 전영태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한 문구사에 취직했다. 잡일을 도맡던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입사 1년 만에 물품 구매 담당자로 승진했다. 그의 장사 수완이 빛났다. 도매업자와의 협상에 능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떼올 수 있었다.

 그러다 찾아온 학생들의 방학으로 문구사 일이 잠시 한가해졌다. 전쟁통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있던 창업주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회사 윗사람의 반대로 포기했다. 회사가 학업 포기를 종용하자 자신의 매장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대동문구사 경영을 시작했다.


# 문구사에서 학생백화점으로

 1977년 인천지역에 백화점이 없던 시절 인현동에 ‘학생백화점’이 탄생한다. 친절을 가장 중요한 영업 방침으로 여긴 대동문구사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자 사업 확장을 계획한다. 근처에 제물포고등학교와 인일여자고등학교 등 10개 남짓한 학교가 몰려 있어 사업성도 좋았다. 창업주 친·인척들이 힘을 모아 한 건물에 문구점과 화방, 체육사, 레코드점이 함께 들어선다. 공책과 가방, 교복까지 학생들이 필요한 물건 일체를 판매했다.

 문을 여는 오전 8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10시까지 학생들로 늘 붐볐다. 특히 3월 신학기를 앞둔 며칠 전부터 학용품과 체육복을 새로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창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그 줄은 백화점을 감쌀 정도로 꼬리가 길었다.

▲ 인천시 중구 인현동 대동학생백화점에서 전승호 대표가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법인 형태로 학생백화점을 운영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장사는 여전히 잘 됐으나 재고나 회계관리에 구멍이 나면서 가족 간 불화를 막고자 다시 경영을 분리했다. 그러면서 생긴 건물 2층 공실을 임대해 주며 대동분식이 들어왔다. 어찌 보면 행운이었다.

 전승호 사장은 "2층에 들어온 분식집 사장님의 아이디어로 DJ가 음악을 틀어 주며 떡볶이를 먹는 가게가 됐다"며 "그때부터 대동학생백화점은 다른 의미의 히트를 쳤다. 10여 년간 인천지역 청소년들의 미팅 성지가 됐고, 학생주임 교사들에게는 우범지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껄껄 웃었다.

 # 학생백화점에서 납품 전문 문구업체로

 2000년 이후 문구점이 위치한 동인천 일대가 원도심이 되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든데다, 문구업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대형 마트와 온라인에서 문구용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대동학생백화점은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전승호 2대 사장은 관공서와 학교, 기업체 대상 대량 납품에 사활을 건다. 이 전략이 통하면서 현재 매장 2층 한쪽에는 납품 업무를 전담하는 사무실도 꾸렸다. 담당직원들이 상주하고 전승호 사장 역시 영업을 하러 인천 전역을 뛰어다닌다.

▲ 전승호 대동학생백화점 대표가 인천시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가업을 이어오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 한 번의 위기가 온다. 학교 납품계약이 수의계약에서 입찰로 바뀌면서 대동이라는 이름값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전승호 사장은 "지역 상권이 많이 위축되다 보니 다른 영업 전략을 그려 왔는데 최근 들어 어려움이 큰 편"이라며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매장 규모도 유지하려면 마진을 줄여서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씁쓸함을 표하며 말수가 적어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위기 속에서도 활로를 찾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동학생백화점은 온라인 사업 시장에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 대동학생백화점 내부.
# 고마운 사람들

 "고객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건이 오가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니까요.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받아올 때나 고객들에게 물건을 판매할 때나 마찬가지죠. 이제 동인천 일대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오시는 손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어머니 권방자(78)여사에게 감사합니다. 사업체 경영과 함께 중구의회 의장까지 했던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가 대외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셨어요. 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하시면서도 매장을 지켜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를 나와 매장 운영을 결심한 것도 있습니다. 어머니, 자리를 지켜 주시고 받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도시역사관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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