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함께 가는 길

차용길 인천문인협회 회원/시인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7월 16일 화요일 제10면
차용길 시인.jpg
▲ 차용길 인천문인협회 회원

북한의 예성강과 남한의 한강이 만나는 강화의 끝자락, 그곳엔 ‘귀신 잡는 해병’의 검문을 받은 후 민통선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성덕산이 자리잡고 있다. 그 성덕산 자락에 걸터앉아 앞에 펼쳐진 황금 물결을 여유롭게 내려다보고 있는 아담한 초등학교, 내가 다녔던 유년시절의 시골 학교 정취를 흠뻑 풍기는 정겨운 모습이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기대하며 그 학교에 출근하는 날에는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난센스 퀴즈를 맞히는 학생과 인성교육에 따른 표어를 작성해 발표하는 학생, 준비한 시를 낭독하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다. 그리고 그 학교의 상징성을 일깨우기 위한 교화·교목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공부를 한다.

 여섯 명 정도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시집과 용돈 기입장 등이다. 시집에는 ‘나라를 빛내는 사람이 되세요!’라는 서명을 잊지 않는다.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유학을 떠나 학업을 마치고 취직해 결혼하고 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나 역시 ‘지평선축제’가 열리는 너른 들녘에서 봄이면 앞산에 올라 풀피리 불며 뒹굴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하루 해가 가는 줄 몰랐다. 가을이면 만국기 펄럭이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었으며 겨울이면 얼음판에서 썰매를 즐기다 빠져 모닥불을 피어놓고 옷을 말리던 회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지금 출근하는 학교가 사뭇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나의 애마는 갑갑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듯 도심을 벗어나 강화대교와 강화읍성을 거쳐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따라 신나게 달렸다. 같은 인천이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목적지까지 승용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주선으로 이뤄진 베이비붐 세대 사회공헌 활동 지원 사업인 ‘올바른 인성을 위한 스마트 에티켓’ 교육을 받았다. 강사 실무(마음자세, 이미지 메이킹), 소셜미디어 활용법(스마트폰 활용법, 파워포인트 제작법), 사회공헌 활동 디자인 등 전문 강사로서 갖춰야 할 마음 가짐과 실무 지식도 쌓았다. 드디어 강의를 시작하자 긴장과 떨림도 잠시,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 주는 것처럼 신명이 났고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전문교육을 받고 학교에 나가기 전에 파워포인트를 작성했다. 이수 받은 자료와 직접 제작한 인성교육에 필요한 글과 사진 등을 편집하고 다듬어서 초등학교용과 중등학교용으로 제작해서 강의를 한다. 처음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의 강의가 다소 어렵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고 지금은 그 수준에 맞게 다시 편집해서 강의를 한다.

 일곱 명으로 구성된 ‘스마트 에티켓 봉사단’을 발족시키고 단원들과 간담회와 토론을 통해 강의 기법 및 강의 자료를 아이들 수준에 맞도록 다듬어 공유한다. 너무 딱딱한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유익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꿈을 꾼 적이 있다. 결국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대신 공무원으로서 국가에 봉사하고 정년 퇴직해 지금처럼 사회 봉사활동으로 기능재부 강사로 활동하는 지금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그 누가 알았으랴. 특히 선생님이 되지 못한 대신 지금처럼 학교에 출강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야말로 세상에 그 무엇을 준다 해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고려시대 왕성한 무역이 이뤄졌을 벽란도가 코앞이고 임진강과 만나는 한강수가 유유히 흐르는 강변 너머에 자리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학생과 선생님 간의 공감대가 잘 형성돼 가족 같은 분위기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학생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라는 첫 인사에 아이들의 우렁찬 복창이 쩌렁쩌렁하고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참된 인성을 위한 스마트에티켓’ 교육은 초등학교로부터 중·고등학교까지 24회 진행됐다. 강화도는 물론 도심 곳곳의 학교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내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아이들에게 참된 인성과 예의 범절을 키울 수 있다면 나는 언제든지 그 길을 달려갈 것이다.

 ▶필자 ; 月刊『순수문학』신인상(시 부문, 2004)/月刊『소년문학』신인문학상(동시조 부문, 2018)/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연금수필문학상, 공무원문예대전 수상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