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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 왜곡 말아야

정준호 농협이념중앙교육원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7월 23일 화요일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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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호 농협이념중앙교육원교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耕者有田之原則)이란게 있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농지법에도 농지를 이용해 농업경영을 하거나 농업경영을 할 예정인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농지마저 무분별한 투기로 국가의 가장 기초 생존권인 식량 자급이 위협받고, 조선시대처럼 농촌이 소작농화 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아울러 농지의 소유자와 경작자를 일치시켜 농지 생산성을 극대화하자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경자유전의 원칙은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구나 소작을 금지하기 위해 헌법에 토지 소유 규정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조선시대나 일제 때보다도 더 심각하게 소작농이 많다. 우리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경술국치의 해인 1910년 말에는 전체 농지의 40%가 소작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랍게도 전체 농지의 반절 이상이 소작농지이고, 농민들 중 60%는 임차농이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자격이 있어야 하고, 농지를 취득해서 농업을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즉시 환원해야 한다. 농업을 하지 않으면 상속할 수 없도록 규제하면서까지 농지를 사수하는 곳이 유럽이다.

 세계 많은 국가들은 농지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보다 190배 이상 농지가 넓은 미국도 농지 개발권을 판매하더라도 우량 농지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농지보전 지역권 매입제도’ 등을 통해 농지를 보존하고 있다.

 경자유전과 관련,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농지은행 제도란 게 있다.

 농지은행이란, 한국농촌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서 영농 규모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농지의 신탁, 임대, 매매,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헌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현재 도시인이나 비농민은 헌법상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농지은행에 자금을 신탁하면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도 나중에 농사를 지을 경우 농지은행이 관리하던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농지은행의 중요성에 대해 회자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기존의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업에서 대규모화가 불가능하고 농업과 기업의 연계가 부진해져서 규모의 경제에서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FTA에 대응해 외국 농산물과 우리나라 농산물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대규모 영농으로 농산물 생산 원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농지법에 따라 농민들은 농업을 하기 위해 농지를 사는데 그 비용이 들어 생산원가를 줄이는데 힘들 뿐만 아니라 대규모 기업화가 힘들어서 현재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인들이 농지은행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농지를 국가가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공통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농지와 기타 다른 토지를 분류한다. 그리고 어쨌든 농지로 규정된 것이면 농민에게 귀속되도록 제한을 가하거나 금전적인 조취를 취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특이한 점으로 농지의 분할 상속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지 상속인의 단독 상속만 가능하다. 이와 같은 제도는 농지를 안정적으로 보전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가뜩이나 농산물은 그 특성상 기후에 민감하고, 가격이 불안정하다. 농업인에게 농지가 다른 어느 토지처럼 자유롭게 거래되고 소작이 가능하다면 농업의 생산기반이 흔들린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처럼 경자유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장의 경영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경자유전 원칙을 폐지했다. 그 결과 원하던 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40%나 급증하고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이제는 농업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농업도 ‘목표’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하여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각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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