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함께 달리며 ‘인생의 장애물’ 뛰어 넘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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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함께 달리며 ‘인생의 장애물’ 뛰어 넘을래요
장애인승마 인천시 대표 조유진 (강서중 1년)
  • 최유탁 기자
  • 승인 2016.07.20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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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감각통합장애를 가진 조유진(13,여) 선수가 승마장에서 토끼(유진이 소유의 말)을 쓰다듬고 있다 .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동물은 절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아요. 동생 토끼(유진이 소유의 말)가 작년에 나한테 왔어요. 우리는 항상 서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지내고 있고, 매일 제 옆에서 친구처럼 같이 대회도 나가고 놀면서 잘 지낼 거예요."

 신체적 나이는 중학교 1학년, 그런데 정신적·근육 발달 상태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적·감각통합장애를 가진 강서중학교(인천 강화) 조유진(13)양은 이런 자신의 불편함을 딛고 지금은 인천시 대표 승마 꿈나무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유진이는 승마를 자신이 가진 장애를 이기고자 시작했다. 이제는 말(馬)이 자신의 전부가 됐고, 그 말과 함께 새로운 큰 꿈을 설계해 가고 있는 평범한 운동선수다.

 유진이에게 장애는 어렵게 싸워야 할 적이었다. 하지만 ‘장애는 병이 아니라 단지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승마 선수로 나아가는 길에 조금 불편할 뿐, 꿈을 이루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유진이는 여느 아이들과 같이 예쁘게 태어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말하는 것이 늦었지만 주변 어른들 말처럼 ‘조금 늦되는 아이’인 줄 알았다.

 유진이 가족들은 초교 입학 전 검사를 통해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듣는다. 어머니 혼자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처지라 제대로 유진이를 살피지 못한 어머니는 취학 전 지적장애에다 감각통합장애까지 가지고 있다는 병원의 진단을 듣는다. 당시 죄책감과 미안함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이후 어머니는 유진이가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현실은 냉혹했다. 언어·감각·심리치료를 위해 다니는 곳곳마다 유진이를 돈으로 생각하는 기관의 행태에 실망했다. 치료라는 것 자체가 유진이에게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고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간곡함이 하늘에 닿은 듯 우연히 ‘재활승마’를 접하게 되면서 유진이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렛츠런파크(옛 한국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재활승마를 알게 된 어머니는 당시 봄·가을로 추첨을 통해 각각 10회씩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유진이에게 말을 접하도록 했다. 말을 타면서 유진이는 서서히 말을 텄고, 말을 대하면서 편안해하는 등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아예 학교 수업을 줄이고 본격적으로 승마장을 자주 다녔다.

 계속 승마장에 다니면서 시·공간적 개념이 생겼고, 말과 교감하면서 신체적·심리적인 부분도 서서히 성장하면서 조금 더 말을 타는 기회를 늘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재활의 의미에서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 가는 전문적 승마로 한 단계를 올렸다. 어릴 때부터 옆에서 줄곧 유진이의 승마를 지도한 박기준(인천시교육청 승마지도자)코치는 유진이가 승마 선수라는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 향상과 대회 참가 등의 기회를 주면서 참다운 스승으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난해 8월 박 코치와 처음 장애물 뛰어넘기를 시작한 유진이는 그해 연말 ‘토끼’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훈련을 이어갔다.

 이제 겨우 6개월 장애물을 뛰어넘었음에도 인천 대표 승마 선수로 활약할 만큼 전혀 장애를 엿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 승마 인천 대표로 출전한 유진이는 40여 명의 일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10위에 올라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장애선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회 전 연습 차원에서 전국대회 2회 출전이 고작이었던 장애인 학생 승마 선수가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것이다.

▲ 지적,감각통합장애를 가진 조유진(13,여) 선수가 승마장에서 토끼(유진이 소유의 말)와 함께 세상을 편견을 넘어서 듯 장애물을 힘차게 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이제는 의젓한 인천 대표 꿈나무로 자라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이 사실을 주변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말을 탈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유진이는 서툰 언어 구사로 "말을 믿어요. 얘는 절대로 나를 떨어트리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장애물을 탈 때는 "너는 할 수 있어. 무서워 하지 마"라고 말한다는 유진이는 만약 말이 장애물에 걸릴 때는 자기가 오히려 더 가슴 아파하면서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는 동물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이다.

 유진이는 한부모가정으로 어머니 직장이 서울이라 매일 강화에 위치한 학교까지 4시간이 걸려 통학을 한다. 군포에 위치한 승마장을 오고 가는 길이 너무 힘겨운 유진이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천에서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국의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이 항상 조언을 구하고, 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유진이 어머니는 "지금 유진이의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만도 나에게는 더없는 행복"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세상의 편견 없이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게만 주변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그저 부탁만 했다. 전문 승마 선수로의 육성에 대해 그는 "내가 욕심을 가지면 유진이가 더 힘들기 때문에 욕심을 가질 수 없다"며 "유진이가 교관님과 승마 훈련을 하면서 이상하게 스스로가 욕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저는 표현하지 않고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이 어머니는 앞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유진이가 동물과 같이 하는 일을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어머니는 "지금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유진이가 편안하게 말을 탈 수 있는 공간이 인천에는 없다는 것"이라며 "엄마로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동물을 한없이 사랑하는 한 장애학생이 그 어려움을 이기고 이제는 인천의 명예를 드높이는 승마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장애학생 선수는 욕심이 없다. 그저 말과 함께 편안하게 운동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만 원할 뿐이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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