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옮긴 컨테이너 1500개… 인천 경제 이끄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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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옮긴 컨테이너 1500개… 인천 경제 이끄는 ‘원동력’
인천신항 미래 세우는 갠트리 크레인
  • 김민 기자
  • 승인 2017.07.20
  • 32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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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m가량의 큰 키로 매일 인천 앞바다를 누빈다. 왼쪽 육지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한다. 오른쪽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도 한다. 밤 사이 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과 달은 늦은 시간까지 분주한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의 운치를 더한다. 짙게 해무가 끼면 머리 위로 뜬 해와 발 아래 안개를 보며 마치 구름을 거니는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 멋진 풍경에 잔뜩 취할 때 즈음 바다 위로 둥둥 떠 있는 거대한 선박과 그 안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들이 눈에 들어온다. 배 위로 냉큼 손을 내렸다가 올렸다가를 반복한다.

▲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거친 바닷바람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손이 일단 선박에 닿고 나면 어느새 직육면체의 컨테이너 하나가 떡 하니 붙어 육지까지 딸려 온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도 철로 만들어진 몸에서는 절대 땀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분홍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다리에 쓰인 흰색 숫자를 보고 나에게 ‘104호기’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다른 명칭으로는 ‘STS(Ship to Shore)’ 또는 ‘Gantry Crane(갠트리 크레인)’이라고도 불린다.

양옆으로 나란히 선 친구들은 ‘101호기’부터 ‘105호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5년 인천신항 개항에 맞춰 국내 업체와 중국 ‘ZPMC’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져 함께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로 온 죽마고우들이다. 그 옆으로는 1년 후배인 ‘116호기’와 ‘117호기’가 있다. 이들이 2016년 인천신항에 온 것은 맞지만 1년 가까이 서로 같은 일을 하면서 나이를 떠나 모두 좋은 친구가 됐다.

친구들은 커다란 덩치에서 풍기는 위압감과 다르게 모두 예민하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전기장치 속에 여러 작동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하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따라 흔들리는 배에 손을 잘못 뻗으면 자칫 컨테이너가 끼는 사고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인 자동화 설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캐빈(크레인 작업을 하는 조종실)에서 세세하게 움직임을 조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매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일에 지칠 법도 하지만 우리는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열이 오르면 2시간마다 진행되는 운전사의 교대 시간에 맞춰 시원한 바닷바람에 온몸을 식히면 될 뿐이다. 이렇게 온종일 옮기는 컨테이너는 20피트 기준 최대 1천500개가량이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옆 동네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양까지 합치면 2만 개가 훌쩍 넘는다. 컨테이너의 단위로 말하자면 1년에 최대 720만TEU를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인천항 전체의 물동량이 268만TEU이고, 올해 목표가 300만TEU라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힘이 넘칠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한 만큼 뒤에 있는 야적장으로 컨테이너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야적장에서 가장 분주한 녀석들은 ‘무인자동화 야드크레인(ARMGC)’이다. 사람의 조작으로 움직이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언제나 입력한 정보에 맞춰 완벽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든든한 모습을 보여 주곤 한다. 다만, 직접 사람의 손을 타지 않기 때문에 외로움을 가장 많이 타는 녀석들이다.

인천신항 내부를 여기저기 누비는 화물차들은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녀석들이다. 만약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시속 20㎞의 저속으로 움직이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일이 많을 때 화물차들이 더 정신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배에서 옮겨진 컨테이너를 야적장으로 옮기고 다시 돌아오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화물차들의 모습을 보면 열심히 컨테이너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일이 100배 정도는 더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인천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에서 수출선박에 컨테이너를 싣는 갠트리 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15년 인천신항 개항에 맞춰 만들어진 크레인들은 하루 최대 1500개의 컨테이너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는 인천신항의 모습은 그 자체가 활력소다. 132년 만에 제2의 개항시대를 맞은 인천시민들에게는 크나큰 자부심을 안겨 주고, 5조4천억 원의 총 사업비가 아깝지 않을 만큼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조만간 들어설 크루즈터미널(2018년 말 완공)과 신국제여객터미널(2019년 6월 완공)도 수도권의 관문 도시인 인천을 더 화려하고 멋지게 탈바꿈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물 보관과 집배송, 조립, 가공 관련 시설이 갖춰진 배후단지 조성 역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이러한 인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진다.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가장 든든한 동료인 김민엽(47)파트장도 인천신항이 계속 발전해 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 파트장은 항상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인천신항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어느 항구보다 많은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많은 선사가 인천신항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인천신항을 대표하는 갠트리 크레인으로서 훨씬 뛰어난 후배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인천신항을 지킬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1년 뒤, 10년 뒤에도 인천신항을 벗 삼아 바다를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미래의 그 어느 날, 과연 인천신항은 또 어떠한 변화와 발전을 보여 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손을 뻗으며 벅찬 가슴으로 인천신항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김민 기자 kmin@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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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사랑 2017-07-23 17:30:06
대한민국 화이팅

항만화이팅 2017-07-21 13:37:38
좋은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