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당당하게 ‘인천국제공항 직원’ 이름표 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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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당당하게 ‘인천국제공항 직원’ 이름표 달고파"
[비정규직 ‘희망’을 품다] 정명선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 이병기 기자
  • 승인 2017.07.20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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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선(52·인천 중구)씨는 인천국제공항 환경미화원이다. 마흔두 살에 인천공항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정 씨가 공항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감을 갖는 시기는 요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외부 일정으로 마련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해서다. 정 씨는 당시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몇 안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한 명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12년 동안 국제공항협의회의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위를 지켜왔어요. 서비스평가에는 공항이용객들이 점수를 주는 항목도 꽤 있습니다. 특히 터미널 청결도나 화장실 이용의 편리성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우리는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 환경미화원으로서 12년 연속 1등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부심과 현실은 다릅니다. 직원들을 비롯한 다수는 우리를 낮게 보기 때문입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3월 공항공사가 서비스평가에서 12연패의 업적을 달성하자 "4만여의 공항종사자가 합심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낸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7천여 명에 달하는 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정 사장의 말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정 씨는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이지만 소속은 ㈜협성개발이라는 용역회사 직원이다. 때문에 인천공항 환경미화원들은 3중으로 관리를 받는다. 그들이 속한 용역회사 관리자를 비롯해 공항공사의 관리직 직원들, 여객 및 상주직원 등 모두가 그들을 관리하고 감시한다. 이래저래 시어머니가 많은 구조다. 생활과 밀접한 급여 등도 불합리했다.

"예전에는 최저임금보다도 적은 월급을 받았어요. 임금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에서 조금 높은 수준으로 조정됐죠. 정부에서는 우리 임금을 일반공무원 8급 4호봉 정도로 맞춰 주겠다고 했어요. 기본급으로 치면 170만 원대인데, 우리는 그보다도 적죠. 업체가 용역에 들어오면서 낙찰률을 86%로 했기 때문이에요. 실제 기본급은 150만 원대가 됩니다."

올해부터는 월급이 조금 더 높아지겠거니 기대했지만 아쉬움이 더 컸다. 이 외에도 공항공사에서 설계한 급여상으로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상여금 200%를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용역회사에서 주는 급여 안에 녹아 있어 미화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구조다. 복리후생비인 식대 역시 마찬가지다. 명절에 주는 선물 등도 예전에는 임금 외에 받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급여 안에서 ‘생색내기’ 식으로 주고 있었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이 같은 불합리함이 더욱 심했다.

"노조가 있을 때, 없을 때의 차이가 커요.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는 같은 비정규직임에도 관리자들의 횡포가 심했죠. 막말은 물론이고 지시도 고압적으로 했어요. 인격적 모독도 받았죠. 하지만 2011년 노조 가입 후에는 관리자들도 많이 부드러워졌답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는 2013년 대규모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파업은 2001년 공항 개항 이래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를 통틀어 첫 파업이었다. 청소 업무를 맡은 190여 명과 시설 유지·보수업무 담당 240여 명이 참여했다. 노동자들이 원했던 것을 100% 얻지 못했지만 건강검진비 지원, 명절 성과공유금 제도 도입 등 어느 정도의 처우 개선은 이뤄 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지금 이뤄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논의 과정에서 우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길 바랍니다. 공항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인지, 아니면 자회사를 만들어 할 것인지 우리와 아무런 논의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다녀간 우리 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느냐가 대한민국 비정규직 사업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형태는 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되겠죠."

그는 "끝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우리는 공항에서 일하지만 명찰에는 협성개발이라는 용역업체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이제는 인천국제공항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달고 싶습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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