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청년과 전통시장 상생의 ‘컬래버’ 효과 살맛 나니 갈 맛 나네
상태바
커피청년과 전통시장 상생의 ‘컬래버’ 효과 살맛 나니 갈 맛 나네
안성시장을 깨우는 ‘청년카페 징’
  • 정진욱 기자
  • 승인 2017.07.20
  • 2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도영 ‘청년카페 징’ 대표가 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페 그림과 인테리어는 안성에 위치한 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참여했다.
‘드드득… 드드드득.’ 안성시 중앙시장 내 위치한 ‘청년카페 징(Jiiiing)’. 이곳은 후미진 시골 장터 상가 내에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몇몇의 점포들 사이에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위치했다. 흔히 생각하는 카페와는 차이가 있었다. 주변의 점포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리는 카페가 가져야 할 한적함을 방해하면서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조차도 지워 내고 있었다. 하지만 징은 지난해 말 안성시장 상가에 터를 잡은 후 지역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침체돼 있던 안성시장의 상인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이자 휴식공간이 됐다. 나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33㎡ 정도에 불과하다. 작은 공간이지만 청년들에게는 도전과 시도의 장소다. 상인들에게 기대감을 주게 된 것은 ‘함께 할 수 있다’라는 끊임없는 생각과 도전, 대화가 바탕이 됐다. ‘청년카페 징’을 계획해 상인들과 지역 청년들의 징검다리를 만들어 낸 김도영(38)대표는 "전통악기로 사물놀이에 쓰이는 징은 처음 소리가 난 곳에서부터 서서히 퍼져 나가는 매력이 있다"며 "청년카페 징은 처음에는 작지만 서서히 안성시장을 바꿔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징이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 김도영 대표(왼쪽)와 이경수 바리스타.
징이 안성시장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김 대표가 안성 지역에서 10년 넘은 시간 동안 마을 가꾸기, 지역 개발과 관련한 컨설팅을 해 온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지원’ 사업의 영향도 컸다. 전통시장 내 빈 점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 공간을 활용해 청년상인들이 입점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령화되고 있는 전통시장에 청년들이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총 44명의 청년상인들에게 지원이 이뤄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가 실시한 공모에 참여해 카페를 내기 위해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 임대료 등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안성시장을 오랫동안 봐 왔지만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큰 전통시장이었음에도 상인들끼리 교감하거나 시장을 찾는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공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으로 징을 차리게 됐다"며 창업 당시를 이야기했다.

 징이 안성시장 상가에 자리잡은 지 반년이 흐르면서 시장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징을 찾는 시장 상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상인들의 휴식공간이자 대화의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한편, 시장을 찾는 청년들의 발길도 많아지고 있다. 카페는 안성에 위치한 한경대학교에서 영양조리과학을 전공한 이경수(27)바리스타가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드는 수제 케이크와 음료, 커피 등이 호평을 받아 예상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일손이 부족해 2명의 지역 청년을 추가 채용하기도 했다.

▲ ‘징’에서 판매되는 수제 케이크와 음료.
시장 상인들과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 지역 청소년들에게는 10% 할인된 가격에 차와 커피, 카페 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 케이크 등이 제공되면서 징은 안성시장의 명물이 돼 있었다.

 커피는 안성시에 위치한 전문 로스팅업체와 제휴해 판매에 적합한 커피 원두를 찾아내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징만의 고유한 원두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유통하면서 자생력을 키웠다.

 처음 이곳에 청년카페가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효과를 반신반의하던 상인들은 시장에서 들리는 청년들의 떠드는 목소리에 생기를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혼자 점포를 운영하다 보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점을 감안해 팥빙수를 직접 점포까지 배달하면서 친절히 다가선 것도 상인들과 조화를 이루는 데 한몫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안성시장 상인연합회에 김 대표가 협력회장을 맡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최근 들어서는 안성시장에 젊은 층들의 창업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카페 주변에 비어 있던 상가에 들어설 예정인 청년상인들에게 안성시장에서의 노하우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데 있어 필요한 서류 절차 등을 전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카페에 들어설 때 들었던 시끄러운 공사 소리는 카페 바로 옆 점포에 입점할 예정인 또 다른 청년상가 네일아트숍의 인테리어 공사 소리였다. 안성시장 상가에는 올해에만 수제 햄버거 가게, 중국요리 전문점, 펍, 피부미용 등의 청년상가가 대거 입점할 계획이다. 이제는 아예 ‘청년상인 창업거리’로 변모했다.

▲ 청년상인 창업거리로 지정된 안성시장.
햄버거 가게 오픈을 준비 중인 청년은 세종시에서 장사를 해 왔지만 안성시장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중국요리에 관심을 갖고 종사해 온 여성도 이곳에 가게를 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들이 들어설 예정인 공간은 오랜 시간 동안 포목점 등으로 활용되던 곳으로 세월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운영을 포기하면서 유휴 점포로 전락해 시장의 쇠퇴를 의미하는 공간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도전의 장소이자 젊음의 상징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김 대표는 "전통시장의 인구가 고령화되고 시장 내 상가의 업종도 시대가 변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업종의 가게가 밀집해 들어서면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청년들이 이곳에서 기술을 익히고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익히게 되면 안성시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될 것이다. 당장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상인들과 조화롭게 이곳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