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사회와 그 파수꾼들―故 마광수 교수를 생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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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사회와 그 파수꾼들―故 마광수 교수를 생각하며 -
문계봉(시인, 인천민예총 상임이사)
  • 기호일보
  • 승인 2017.09.1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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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계봉 시인

얼마 전 시인이자 소설가였고 또한 윤동주 연구로 20대에 이미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 교수’ 마광수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인들에 의하면 그는 자살 직전까지 극심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 명민한 천재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한 것이고, 최후의 자존감을 짓밟아 스스로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리도록 강제한 것일까. 사실 그 이유는 마광수 자신은 물론이고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그리고 세상도 이미 알고 있다. 마광수 교수는 1992년 발간한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음란문서 제조 및 반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서울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행유예로 나오긴 했지만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현직 교수가 강의 도중 연행된 후, 흰색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법정을 오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그 비현실적이고도 반문화적 상황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모교에서도 교수직을 박탈당한 그가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의 경험들은 마 교수에게 견뎌내기 힘든 모멸이었을 게 분명하다. 물론 마 교수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만 해도 공공연한 논의가 쉽지 않았던 성 담론을 공론화시켰고 또한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진지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작품과 작가로서의 존재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사 그의 작품이 전통적인 소설 미학적인 관점이나 일반적인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결코 그를 포승줄에 묶어 감옥에 보낼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광수 교수에게 좌절과 모멸을 경험하도록 강제한 공동정범들은 한둘이 아니다. 성에 대한 표리부동한 도덕관념이 지배하던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해, 예술의 문제에 대해 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제멋대로 판단한 천박한 법조인들, 그리고 그 모든 상황들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한,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미필적고의에 의해 마 교수의 필화(筆禍)에 일조한 동료 교수들 및 위선적인 지식인들 모두가 ‘닫힌 사회’를 보위하려 한 충실한 파수꾼들이고, 마 교수의 죽음, 그 팔할의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고 나는 단언한다.

 나는 마광수 교수에게 닥쳤던 불행한 일들과 그의 죽음을 접하면서 유명 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떠올렸다.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옷 로비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국회청문회에도 출석해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본명을 말하라는 국회의원의 질책에 떨리는 목소리로 "김봉남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민망하서도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알아낸 것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본명뿐이다"라는 우스갯소리만 남긴 채 유야무야 됐다. 당시 앙드레 김이 느꼈을 모멸감을 생각해 보라. 알량한 권력을 손에 쥐고 너스레를 떨던 모질이 ‘갑들’에게는 예술가의 자존감이란 눈곱만큼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 교수의 경우도 그렇다. 정작 그가 우리 사회에 던졌던 문제의식의 합리적 핵심이나 그의 진정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오로지 면박과 망신주기 식으로 이루어진 여론 재판에서 한 순정한 예술가는 너무도 깊은 정신적 외상(外傷)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닫힌 사회’ 안에서 온갖 권력과 기득권을 독점한, 인문학적 소양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부 ‘영감님(법조인)’들과 위선적인 지식인들의 돌팔매질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좌절하고 상심하고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가. 그러한 반문화, 비예술적인 발상과 행태들이 결국 최근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전근대적인 괴물을 만들어 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새 시대의 조류에 맞는 새로운 성 의식이나 성 철학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어 사회 전체를 숨 막힌 답보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며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이중적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보수적 억압의 논리만이 판을 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중에서). 이러한 마 교수의 진술은 어쩌면 ‘닫힌 사회와 그 파수꾼들’을 향한 절박하면서도 안타까운 단말마가 아니었을까. 천재적인 학자이자 명민했던 소설가여, 이제는 편견과 모멸이 없는 당신의 하늘에서 부디 자유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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