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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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물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12.0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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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사랑은 헌신입니다. 헌신은 내 것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헌신하면 헌신할수록 나의 것이 그만큼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놀랍게도 집단은 놀라운 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축복을 나도 고스란히 누리게 된다는 것, 이것이 사랑이 주는 선물입니다.

최광선 선생의 「인간관계 명품의 법칙」이라는 책에 1960년대와 70년대 미식축구 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히는 빈스 롬바디의 일화가 나옵니다. 승률이 10%도 되지 않던 그린 베이 패커스팀을 승률 75%라는 경이적인 성취를 이룬 끝에 팀을 슈퍼볼 챔피언에 몇 차례나 오르게 한 감독이 빈스 롬바디입니다.

승리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먼저 우수한 선수들이 있는 팀이 승리하고, 만약 상대팀도 우수한 선수들이라면 뛰어난 감독이 있는 팀이 승리하고, 만약 상대팀 감독도 뛰어나면 선수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팀이 승리한다고 말입니다.

가령 앞에 선 수비선수가 ‘내가 상대선수의 태클을 막아내지 못하면 내 뒤에 있는 동료의 다리가 부러지겠지? 사랑하는 동료가 그 꼴을 당하는 것을 나는 결코 참을 수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의 부상을 무릅쓰고서라도 상대선수를 막을 것이라는 거죠.

롬바디는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뭐든 못할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요소들이 서로 비슷할 때는 사랑이 있는 팀이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 됩니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사랑이 집단의 성장과 성취를 이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사랑이 주는 축복은 집단의 성취라는 선물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건강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요.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과 미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내용을 살펴보면 놀랍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사람들이 금연을 하고 저지방 음식을 주로 먹으며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비만이나 고혈압 또는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현대의학이 오랜 세월 동안 연구한 끝에 밝혀낸 소중한 성과일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의사들이 권하는 그런 생활태도만 가지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어쩌면 더 필요한 것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가난한 이민자들이 펜실베이니아의 산등성이에 위치한 로제토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1960년대, 로제토 마을 주민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아주 이례적인 현상을 발견합니다. 그곳이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주민들이 술과 담배를 즐기고, 비만인 사람들도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심장병의 위험인자들로 가득한 그 지역이 오히려 사망률은 낮았던 겁니다. 로제토 마을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인근의 다른 마을들을 비교해보니 심장병 사망률이 무려 절반이나 ⅓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학자들이 추적해보았습니다. 해답은 그들의 식생활이나 운동, 또는 유전적 요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길을 걷다가 지인을 만나면 멈춰 서서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었습니다.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집들이 꽤 많았고, 노인은 청년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잘 사는 사람들이 가난하거나 슬픔에 빠진 이웃들을 자발적으로 돕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의료계에 발표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합니다. 당시에는 ‘장수는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좌우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식습관이나 운동, 또는 적절한 치료에 좌우된다고 믿고 있던 의료계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발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압니다. ‘사랑’이 오가는 공동체의 유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집단의 성장이라는 선물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건강한 몸까지도 선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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