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골 닮아 굽이져 흐르던 물길, 개발에 떠밀려 제 모습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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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 닮아 굽이져 흐르던 물길, 개발에 떠밀려 제 모습 잃어
7. 승기천을 중심으로
  • 홍봄 기자
  • 승인 2019.12.0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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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일대에 백로와 왜가리, 도요새, 저어새, 갈매기 등 다양한 조류들이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
지난 여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일대에 백로와 왜가리, 도요새, 저어새, 갈매기 등 다양한 조류들이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

승기천은 유로가 완전히 달라져 본래의 상태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문학산 북쪽 인근의 얕은 야산인 승기산에서 발원한 승기천은 원래 연수구 선학동과 남동구 남촌동을 타고 논현동에서 바다로 흘러들었다. 지금이야 아파트 숲이지만 승기천은 흡사 갯골 모습이었다. 지금 남동산단 유수지 인근 ‘큰 골’에서 시작되는 갯골은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크게 네 갈래로 갈라졌다. ‘큰 골’은 현재 남동유수지 배수펌프장 자리로, 배를 대던 선착장이었다.

그 한 줄기는 동춘동 동막과 남동산단 제1근린공원인 부수지 사이를 거쳐 저수지에 닿았다. ‘동막(東幕)’이라는 마을 이름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막는다는 뜻인 ‘동막이 한다’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또 하나 갯골은 사라진 대원예도(大遠禮島)와 소원예도(小遠禮島)의 왼쪽을 돌아 연수동 쪽으로 틀어진 갯골이었다.

굽이져 흐르던 승기천의 모습은 남동산단 조성 과정에서 갯골을 매립하면서 연수구와 남동산단을 반듯하게 가르는 인공하천으로 변했다. 물이 빠지는 곳도 당초 남동구 논현동에서 연수구 동춘동으로 크게 달라졌다.

남동산단으로 바뀐 것은 물길만이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공해공장이 들어서던 인천의 환경은 남동산단 조성을 기점으로 더 악화됐다. 1992년 완공돼 현재 366만t 물을 담고 있는 남동산단 유수지(1유수지 61만5천3㎡, 제2유수지 12만8천㎡) 역시 엉망진창이 됐다. 승기천 하류에 있는 이 유수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956만5천536㎡에 이르는 남동산단을 조성하면서 바다와 닿은 갯골수로에 제방을 쌓아 만든 홍수조절용 방재시설이다. 2000년 초 남동산단 유수지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L당 57.9㎎으로 호소수질 기준 중 최하위인 5등급(1L당 10㎎ 이하)의 5배를 넘었다. 승기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들어야 할 남동산단과 연수택지개발지구의 폐수와 생활오수가 빗물관을 타고 유수지에 몰렸던 것이다.

인천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10월 23일 인천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에 가마우지와 저어새들이 비를 피해 무리를 지어있다.
인천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10월 23일 인천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에 가마우지와 저어새들이 비를 피해 무리를 지어있다.

시와 구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4억4천여만 원을 들여 남동산단 하수관을 정비했다. 우수관과 하수관이 서로 엉긴 오접관을 잡았지만 허사였다. IMF 관리체제로 공장주 50%가 바뀌었다. 한 덩어리였던 공장이 여러 개로 쪼개지면서 영세 임차업체가 들어섰다. 이들 업체는 하수관 개·보수를 하면서 따로 떨어져 있던 우수관을 오수관에 다시 잘못 연결시켰다. 

구는 1996~1997년 3억 원을 들여 정수식물인 부레옥잠을 남동산단 유수지에 심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워낙 왕성한 부레옥잠의 번식력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정화를 기대했던 부레옥잠이 번식하면서 삭는 바람에 유수지 물은 용존산소 부족으로 썩어 갔다. 남동산단 유수지, 특히 제1유수지의 밑바닥에 깔린 퇴적토도 문제였다. 유수지의 물을 살리기 위해선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퇴적토(추정량 10만5천600㎥)의 준설이었다.

시가 2010년 수립한 어진내 300리 물길 투어사업에서는 준설을 포함한 남동유수지 친수공간 조성계획이 들어가 있다. 제1유수지에 모래섬 3~4개와 인공습지를 꾸며 저어새 등 철새의 서식지와 번식지를 조성할 방침이었다. 준설한 퇴적오니 60만t을 모래돌섬이나 석축의 복토재로 활용하기로 했다. 제2유수지에는 인라인스케이트와 배드민턴·족구장·농구장 등 다목적 생활체육시설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남동산단의 주차난을 덜기 위한 화물트럭 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2011년에도 제1유수지 수질 개선과 주변 환경정비계획이 세워졌다. 당시 예상사업비는 430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들은 시 재정난과 관리 방안의 부재로 실패했다.

제1유수지는 허술한 관리 속에 지금도 악취민원의 온상으로 남아 있다. 제1유수지는 1988년 조성된 이후 수질개선사업이 번번이 가로막혀 제대로 된 준설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지난 4월 기준 전체 저류량 320만㎥ 중 12.5%에 달하는 46만2천621㎥의 퇴적토가 쌓였다. 제1유수지의 총유기탄소량(TOC)은 12.1㎎/L로 호소수질 기준의 매우나쁨 기준 8.0㎎/L의 1.5배다. T-N(총질소량)과 T-P(총인량) 수치 역시 매우나쁨 상태다. 

남동유수지의 수질은 승기천 수질보다 오염된 상태다. 2018년 12월 기준 승기천 수질은 5.3㎎/L였지만 남동유수지에 유입된 이후 수질은 14.2㎎/L로 3배 가까이 악화됐다. 남동산단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제1유수지 퇴적토 등의 영향 때문이다. 결국 승기천과 남동유수지를 잇는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서는 유수지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 

시가 수립 중인 ‘원도심 내 유수지 관리·활용 기본계획’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제1유수지의 퇴적물 46만㎥를 단계별로 준설하고, 승기천 유입부에 부유물질 퇴적을 막기 위한 침강지를 설치하는 것이 기본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어새 보호와 준설토 폐기 등 논의거리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큰 과제는 앞선 계획을 번번이 수포로 만들었던 공사 비용이다. 

제1유수지는 수질 개선과 친수공간 조성에 8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남동산단 재생사업으로 구상했던 제2유수지 활용계획은 2천3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유수지를 복개하고 광장, 주차장, 체육시설, 복합문화센터, 기숙사 등을 짓는 내용이지만 예산이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체 예산에만 기댔다가는 과거 정비예산 430억 원이 없어 10여 년을 흘려보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승기2교 인근 승기천 초입 전경.
승기2교 인근 승기천 초입 전경.

한때 민간의 손을 빌려 예산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시는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24만5천t·추정 사업비 3천200억 원)을 놓고 2015년 말부터 지역주민,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한 시민간담회를 진행했다. 현 부지와 함께 남동1유수지, 남동2유수지, 송도 11공구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시는 승기하수처리장 터(22만6천765㎡)를 용도변경해 도시개발을 벌여 그 수익금으로 제1유수지에 새 하수리장을 짓는 민간사업을 염두에 뒀다. P사와 N사, G사 등 민간사업자들이 제안했다. 제2유수지를 대상지로 제안한 민간사업자도 있었다. 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노후화된 승기처리장 현대화와 함께 방치된 유수지 활용계획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는 남동구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재정사업으로 새 하수처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시는 재정위기 단체로 묶여 있었다.

사실 재정사업으로 승기하수처리장을 재건설하겠다는 시의 계획은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시의 하수도특별회계 가용예산은 연간 100억~200억 원에 그친다. 승기하수처리장을 재건설하는 데만 짧게는 16년, 길게는 32년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시는 지난 7월 ‘2035년 인천시 하수도 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승기하수처리장 현대화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내비쳤다. 

승기하수처리장 현대화 계획이 포함된 하수도 정비 기본계획은 2020년도 상반기께 환경부 승인이 날 예정이다. 남동유수지를 비롯한 6개 유수지를 시민 친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내용의 ‘원도심 내 유수지 관리·활용 기본계획’은 2020년 2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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