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豫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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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豫知
강옥엽(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9.12.27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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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엽(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강옥엽(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매년 그렇듯 2019년을 보내는 12월의 마지막 며칠을 앞두고 보니 지나온 시간이 아쉽고 부족하다. 그래도 이제는 2020년 새롭게 펼쳐질 한 해를 예견(豫見)해 보고 새해 계획도 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 예견의 단서는 아무래도 2020년 경자년 쥐띠 해, 쥐의 속성을 통해 추론해보는 것이 통상적일 것 같다. 

 흔히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로 풀이된다. 민속에서 쥐는 12지의 첫 번째 동물로서 현자(賢者)의 상징 이외에 뛰어난 번식력으로 다산을 상징하고 그 근면성은 재물과 풍요를 지키는 존재로 여겨진다. 자손에 대한 간절함도 다산(多産)의 동물 쥐를 통해 반영됐는데 쥐를 일컬을 때 아들 ‘자(子)’ 자(字)를 쓴다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미래를 예측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가져 예지력을 지닌 동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쥐의 예지력이나 상징과 관련된 사례를 보면, 「삼국사기」에 "치악현에서 8천여 마리나 되는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하여 쥐들이 천재지변을 예감하고 움직이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잦은 천재지변 등 여러 현상은 신라 중대 무열계의 마지막 왕인 혜공왕대의 혼란한 정치 상황에 대한 하늘의 경고 혹은 징조의 성격으로 풀이되지만 특히, 쥐의 움직임을 통해 비유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흥덕대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능의 12지 신상을 살펴보면 오직 자상(子像)만이 천의(天衣)를 입고 있어 이는 열두 띠 동물 중 첫 번째 동물로서의 위상에 걸 맞은 대접이라고 평가한다. 

 또, 파주 서곡리 고려 벽화묘의 인물상에서도 쥐상이 나타나는데 특이한 점은 인물상의 관모 위에 쥐의 머리부를 그려 넣었고 무덤을 수호하는 띠 동물들 중 첫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라 21대 소지왕 때 상자일(上子日)을 ‘백사를 삼가고, 조신하는 날’로 삼았던 것이나, 조선시대에 ‘자낭(子囊)’이라고 하는 비단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탄 곡식을 넣어 가까운 신하들에게 나눠 줬던 일을 미뤄 볼 때 우리 선조들에게 쥐는 범상한 동물 그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시각에서, 2020년 경자년에는 정치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했던 그동안의 혼란과 방황을 벗어던지고 쥐가 지닌 좋은 속성처럼 명쾌한 ‘예지(豫知)’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지(豫知)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미래의 일을 지각하는 초감각적 지각, 또는 그런 능력을 말한다. 예견(豫見)이라고도 하며 이에 대한 능력을 예지력(豫知力)으로 부른다. 이와 관련돼 같은 발음이지만 한자를 달리 쓴 비슷한 의미를 가진 표현들이 있다. 날카롭고 뛰어난 지혜라는 뜻의 예지(銳智),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지혜롭고 밝은 마음을 말하는 예지(叡智), 단단히 먹은 마음을 뜻하는 예지(銳志)가 그것이다. 

 이러한 ‘예지’의 여러 의미를 모아 풀이해 보면,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지혜는 단단하고 밝은 마음에서 생성돼 그것이 곧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초감각적 능력인 예지력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마음의 자세가 ‘예지’의 근원인 것이다.

 1965년 경제개발계획 등 국가 경제부흥에 매진할 당시, 인천은 항만 임해공업도시로 국가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런 와중에도 향토 인천의 정체성을 정립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인천시사편찬위원회가 구성되고 인천시민의 날, 시민헌장, 시민의 노래가 제정됐다. 그로부터 5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인천도 상전벽해의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인천의 성장과 발전의 근원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하나의 과제를 두고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각자의 이해관계로 얽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20년을 맞으며, 과연 오늘의 인천은 55년 전 향토 인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괄목할 만한 위치에 와 있는지, 인천의 미래 방향과 목표는 적확한지, 예지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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