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의 불선자(不善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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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의 불선자(不善者)들
임학성 인하대 사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9.18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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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학성 인하대 사학과 교수
임학성 인하대 사학과 교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이끈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은 숙부 윌리엄 4세(1765~1837)의 뒤를 이어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1901년 81세 나이로 병사할 때까지 무려 64년간 영국 및 그 제국을 통치했다. 재위 기간 청나라와의 아편전쟁(1840~1842)과 러시아와 크리미아전쟁(1853~1856)에서 승리를 거뒀고, 인도에서 세포이항쟁(1857~1858)도 무난히 진압했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고 참정권을 확대하고 국민교육체제를 보급하는 등 영국을 최고의 번영기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그녀의 통치 기간을 역사학자들은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라고 특정해 평가하고 있다. 

빅토리아 여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의 일화 하나이다. 성탄절을 맞아 그녀는 거지 차림으로 변장하고 어느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자 어느 집 주인은 싸늘하게 그녀를 쫓아 버렸고, 또 어떤 집 주인은 먹지 못할 상한 음식을 줬다고 한다. 그런데 허름한 어느 농가에 들렀을 때 농부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으며 자기 가족들이 먹으려고 방금 만든 빵을 선뜻 내놓았던 것이다. 다음 날 그녀는 그 마을 사람들을 궁궐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빈 접시만, 어떤 사람 앞에는 상한 음식이 놓였는가 하면, 가난한 농부에게는 음식이 푸짐하게 놓여 있었을 뿐 아니라 집으로 돌아갈 때 큰 상까지 받았다. 

이 일화는 빅토리아 여왕이 선행을 베푼 주민을 포상함으로써 백성들에게 선행을 계도하려 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는 선행을 베풀어 보답과 포상을 받은 가난한 농부보다, 문 앞에서 내쫓았고 상한 음식을 주었던 불선자(不善者)들에 대한 사후 조치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춘추시대 혼란된 중국 사회를 구제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BC.551~BC.479)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으로써 갚아 주지만,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으로써 갚아 준다(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고 했다. 

전국시대 도가사상을 펼쳤던 장자(莊子. BC.365경~BC.270경) 또한 "만약 선하지 못한 일을 하여 유명해진 자가 있으면, 비록 사람이 그를 해치지 않더라도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若人 作不善 得顯名者 人雖不害 天必戮之)"라고 경고했다. 불선자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는 공자의 가르침보다 ‘반드시 죽인다’는 장자의 가르침이 답답한 속을 사이다처럼 뻥 뚫어준다. 지난 달 8월 15일 일부 단체들이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집회를 단행했고,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대확산됐다. 다행이도 정부와 지자체의 신속하고도 엄정한 대처로 현재 그 확산 추세가 잦아들고 있는 중이다. 

이날 8·15 광화문 집회에는 극우 보수를 자처하며 ‘자유 대한민국 사수’와 ‘4·15총선 원천 무효’, 그리고 ‘문재인 구속, 박근혜 석방’ 등을 표방한 별의별 단체들이 모였지만, 실제 집회를 주도하고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전광훈이란 목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의 뇌관이 됐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비웃기나 하듯 신도들이 8·15 집회 며칠 전부터 밀접 예배를 드리거나 교회 내에서 조직적으로 합숙을 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집회에 관광버스를 대절해 전국에서 사람들을 동원시킨 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규모 전국 확산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도 집회 주동자들과 제1야당은 이번 코로나19 대확산 사태는 국민을 현혹시키는 거짓과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8·15 광화문 집회로 확진자가 수천 명으로 확대됐다는 것은 자기들의 정당한 행동을 탄압하기 위한 현 정권의 거짓말이며, 심지어 8·15 광화문 집회로 확진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까지 한다. 도둑질한 놈이 오히려 매를 들고 주인에게 달려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현 코로나19 시국에 대해 국민들이 거짓과 사기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오히려 선과 악의 판별 문제라 하겠다. 코로나19 대확산 사태 주범은 ‘불선자’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온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선행)를 하는 마당에 이들은 되레 ‘사회적 혼란 만들기’(악행)에 주력하는 게 아닌가 싶다. 2천300년 전 장자가 예고했듯이 하늘은 반드시 불선자를 죽일 것인가? 쓸데없이… 무척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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