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공감능력과 상상력 있는 정책 설계자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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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공감능력과 상상력 있는 정책 설계자가 필요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9.2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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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경제학 용어로 ‘넛지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넛지(nudge)’는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이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용어를 정의했다. 

노벨상을 안겨준 이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인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이다. 좋은 넛지의 예를 들면 학교의 영양사가 음식 종류를 바꾸지 않고 음식 진열이나 배열만 바꾸었더니 특정 음식 소비량이 25% 증가하거나 감소한 실험이다. 또 음주 감소, 코로나19 방역, 교통사고 감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반대로 나쁜 넛지의 대표적인 예는 피싱 사기(Phishing for phools)나 유튜버의 뒷광고다. 광고협찬 로고 작게 표시하기, 유료 이용을 무료처럼 보이게 하는 유도식 마케팅이나 유튜버 활동은 넛지를 악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인천에는 미래를 설계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정황이나 맥락을 제시해 따라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좋은 선택 설계자가 있는가? 300만 인구, 천혜의 육해공 인프라와 관광자원 등이 있는데도 늘 회색도시와 범죄, 사고의 도시로 언론에 비쳐지는 인천의 자화상과 악순환 반복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안타까울 뿐이다. 

정권교체와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빚 청산 논쟁, 토목건설, 첨단산업단지 조성, 남북교류의 허브, 해양물류의 중심, 도시 재개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공약은 모두 국가사업에 가깝고, 인천이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대규모 사업들이다. 수도권 개발제한이라는 부당한 규제에 묶여 캠퍼스타운 조성, 언론방송, 주택공급, 도시재생, 보건복지·의료 등 어느 분야 하나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얼마 전 언론에서 질타를 받았던 인하대의 송도부지 이전에 대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과 계속되는 수돗물 사고를 보면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국립대와 사립대로 자부하고 있는 인천대와 인하대가 인천의 대표적인 지성집단으로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대부분 잘 모른다. 교육부 지원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딱한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의 지방대학이 누리는 혜택은 없고,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으며 수도권 대학들과 힘겨운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 대학들이 이렇게 홀로 고군분투하는 곳은 아마 인천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윈 팀으로서의 정서와 공감대도 없다.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송도는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주인이고, 원래 주인의 하나인 인하대는 이제 갈 자리도 없어질 판이다. 인천대는 송도 끝자락에 위치하면서도 교통연계망이 엉망이라 선뜻 가기가 꺼려진다. 인하대와 연세대, 그리고 인천대의 삼각 축에 차라리 월미도 모노레일 대신 캠퍼스타운 모노레일을 놓았더라면 현재 송도의 모습은 젊음과 문화가 숨 쉬는 세계적인 자유도시가 됐을 것이다. 

더불어 송도 글로벌대학이 함께 연결됐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황량하고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무늬만 경제자유구역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송도가 싱가포르, 상하이 단둥지역, 두바이 등보다 무엇이 부족해서 관변규제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이제 더 이상 흉내 내기, 생색내기, 무시하기 등을 하지 말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인천에 필요한 사람은 진정 인천의 앞날을 걱정하고 좋은 미래의 선택지를 현명하게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천바라기와 상상력이 있는 정책 설계자이다. 그 사람들이 반드시 수시로 바뀌는 집권세력 주변부에서 작은 권력을 추구하는 위정자 어공, 그리고 분노할 줄 모르는 관변 지식인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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