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와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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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와 상관관계
  • 우승오 기자
  • 승인 2020.11.2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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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다닐 때입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한 명씩 불러내 성적표를 나눠줍니다. 성적표만 나눠줄 리 만무합니다. 당근과 채찍도 덤으로 얹습니다. 한 친구가 불려나갔습니다. 선생님이 성적 저하 원인을 추궁합니다. 친구는 "아버니(아버지+어머니)가 편찮으셔서…"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공부에 전념할 여건이 아니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입니다. 여하튼 그 친구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밀걸레 막대로 볼기짝 마사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어느날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드잡이를 하다가 선생님께 딱 걸렸습니다. 선생님이 밑도 끝도 없이 한마디 툭 던집니다. "또 아버니 편찮으시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친구와 싸우는 걸 보니 부모님이 또 아프신게로군’이라는 선생님의 성급한 결론(?)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요? 물론 선생님은 몽둥이 찜질한 날도 그 친구가 급우와 다퉜다는 걸 나중에 듣고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간호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는 있겠지만 그게 싸움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는 없겠지요.

 우리는 영어로 인과관계는 ‘Causation’, 상관관계는 ‘Correlation’이라고 배웠습니다. Causation이 Correlation이 될 수 없듯, 인과관계가 상관관계가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흔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설명할 때 드는 예가 있습니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설명은 없는 것 같아 저도 반복합니다. 날이 뜨겁고 건조하면 아이스크림 소비량도 많고 태양화상 환자도 늘어난다고 합니다.(인과관계).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느는 시기에는 태양화상 환자도 늘어난다는군요.(상관관계)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태양화상을 입는다거나, 태양화상을 입으면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웃프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상대(진영) 공격용으로 이 같은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는 경우가 허다하죠. 언론은 이런 헛소리를 생산하는 공장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독감백신 맞으면 사망한다는 류의 막가파식 보도도 있었지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마구 뒤섞어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의도적 왜곡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글자가 다르면 뜻도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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