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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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미학
최영희 시인/인천문인협회이사
  • 기호일보
  • 승인 2020.12.0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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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시인
최영희 시인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이맘때가 되면 주부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겨울 동안 먹을 양식으로 김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풍성하게 자란 배춧잎을 짚으로 동여 묶어 노오란 고갱이가 알차게 여물면 배추를 뽑아 반으로 가르고 소금에 절이는 일부터 시작된다. 요즘이야 핵가족화가 되고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예전에 비해 김장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고 간소화됐지만 여전히 김장은 연례행사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집집마다 대형 김치냉장고 덕분에 한층 보관이 수월해졌지만 예전에는 때를 맞춰 담그는 일이 중요했으며 항아리에 담아 땅을 파고 저온 장소에 보관하는 일도 예사가 아니었다. 김장의 역사는 정확한 유래를 밝히기 어렵지만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에는 발효식품을 먹는다"고 전해지는 부분과 「삼국사기」에 발효식품에 대한 기록이 있음을 토대로 김치에 대한 시원으로 삼고 있다. 배추는 19세기 무렵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그 전에는 무를 절여 만든 장아찌나 짠지 등을 만들어 먹었으며 지금의 배추김치는 조선 중기 이후에 보급됐다고 한다. 

오늘날 ‘김치’라는 이름은 채소를 소금에 절인다는 의미로 침채(沈菜)라고 했다가 조선시대에 ‘딤채‘ 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김치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발효식품으로서 웰빙 음식이기도 하다. 여러 종류의 채소는 기본, 맛을 더하기 위해 새우젓이나 해물 종류가 추가돼 비타민, 칼륨, 무기질, 단백질 등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아 건강식품으로 꼽는다. 저온에서 발효시켜 유산균이 살아 있는 건강식품이면서 독특한 맛과 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한다. 김치의 종류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미해 다양해지고 있으며 지역마다 특산품을 활용한 특별한 김치를 선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김치에는 인정이 서려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나눔을 좋아했다. 대가족의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일이었으니 100포기 200포기는 보통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했다. 김장하는 날이면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갓 버무린 김치와 함께 고기를 삶아 곁들여 먹으며 훈훈한 인심을 나눴다. 출가해 따로 살고 있는 아들딸 김장까지 도맡아 대신해주던 우리네 어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김장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아예 포장된 절임 배추를 산다. 소량으로 줄어든 건 기본이고 그나마 김장을 하지 않고 메이커를 따져 마트에서 사 먹는 경우도 많아졌다. 식구 수가 적은 데다가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김장 풍속도도 퇴색돼가고 있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의 전통문화를 소홀히 여기는 풍토가 아쉽다. 가을철 채소는 가장 영양이 풍부하고 싱싱하다.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류도 가을철이 제맛이기 때문에 김장철에 담그는 김치는 맛과 영양이 최고이다. 게다가 김치냉장고의 위력은 오래 보관해도 싱싱한 맛을 유지해 준다. 오히려 김장철에 김치를 많이 담그면 1년이 거뜬하다. 김치를 담그자. 평소 고마웠던 분들에게 혹은 소중한 지인들에게 맛깔스러운 김치 한 통을 건네주는 훈훈한 인정 또한 좋지 않은가. 기쁨을 줄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 그네들의 밥상에서 ‘사각사각’ 속삭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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